살림남 배우 김승현 "희망 찾는 부부역 오정연에 '연극 하자' 적극 권유" - 대학로 연극 공연

‘살림남’ 김승현이 연극 무대에 섰다.

 

배우보다는 예능인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김승현인만큼 어딘지 낯설어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무대 경력은 2011년을 시작으로 총 열두 작품을 소화한 만큼

‘연극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연극은 세상이 그를 외면하고 깊은 늪에 빠져있을 때 유일하게 보였던 한 줄기 희망이었다.

 

아나운서이자 방송인 오정연과 함께 부부로 출연 중인 연극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을

앞두고 대학로 한 켠에서 그를 만났다.

 

“절박했어요. 아이가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군대를 다녀오니 모든 일이 끊겼죠.

‘길거리 캐스팅’에 원해서 데뷔했던 연예계도 아니었기에 스스로 이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죠.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던 당시 방문한 어느 노포 술집에서 주인 할머니가 그를

알아보며 반겼다. 할머니는 “우리 딸이 너무 팬인데 왜 방송에 안 나오냐?”는 한 마디를 그에게 건냈다.

 

“그때 ‘아! 나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구나’ 느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이고

오래 해야겠다는 의지가 조금씩 생겼어요. 그때 떠오른 게 연극 무대였죠.”

 

모델 출신으로 준비없이 데뷔를 하고 벼락같이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인기는 있었지만

연기의 실력은 전무했던 때다.

 

“당시 대형기획사가 있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없었어요. 무지의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보니 실수도 많이 하고 욕도 먹었죠. 배우를 계속하려면 모든 연기의 기본인

연극 연기부터 기초를 쌓아야겠다고 해서 연극계에 문을 두드렸죠.”

 

한 해 두 작품씩 꾸준히 무대에 서며 연출가와 연극 선배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하며

연기를 다시 배웠다. 김승현은 어느덧 연극 무대에 애정이 생겼다.

 

“발성, 얼굴 표정, 무대 동작 등 연기도 배웠지만 배우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배웠다는 게

참 소중해요. 공연은 방송과 달리 배우, 스태프들과 3개월 동안 동거동락을 하며 매일

연습하거든요. 사람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알았어요.

 

또 무대 연기가 주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보고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 빠져버렸어요.”

 

김승현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연극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에 출연 중이다.

중년, 여고생, 부부 등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이 건물 위 옥상에 모여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방송인 오정연과 돈 문제로 아웅다웅하는 부부 역을 맡았다.

 

“방송을 통해 알게된 오정연씨가 카페를 오픈했다는 소식에 축하해주려고 갔어요.

우리 둘다 인생의 우여곡절들이 있잖아요. 저도 마음 속에 많은 울분들을 쌓다보니

풀어놓을 곳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정연씨에게는 마침 준비하고 있는 연극을 추천했어요.

 

흔쾌히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정연씨가 첫 연극임에도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아요.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부부 호흡이 잘 맞아요.”

 

김승현·오정연이 출연하는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는 오는 9월 1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