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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관객 가슴에 불지른 잔나비 "올림픽공원 입성 현실되다니" - 논란 딛고 일어서 콘서트 매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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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관객 가슴에 불지른 잔나비 "올림픽공원 입성 현실되다니" - 논란 딛고 일어서 콘서트 매진

핫한연예뉴스 2019. 9. 1. 14:43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잔나비) / "잔나비!"(관객)

'당신께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 "방화죄!"

척하면 척이었다. 한 소절마다 객석에서 기가 막힌 추임새가 나왔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최정훈, 김도형, 장경준, 윤결)가 대표곡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란 노래를 부를 때다. 이 모습은 어느덧 잔나비와 팬 교감의 높은

밀도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장면이 됐다.

 

지난달 31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잔나비 판타스틱 올드패션드

리턴즈!'(잔나비 Fantastic old-fashioned returns!) 공연이 열렸다.

 

아이돌 그룹 공연에서나 봄 직한 단련된 떼창, 코러스나 다름없는 추임새,

아기자기한 응원 구호와 율동이 레퍼토리 전곡에서 깨알같이 터져 나왔다.

 

팬들이 어느 때보다 목청을 높인 것은 잔나비의 올림픽공원 입성에 대해 감개무량함도 있었다.

 

2013년 첫 콘서트 관객이 30명에 불과했던 잔나비는 올해 3월 정규 2집 '전설'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공연 규모가 성큼성큼 커졌다.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된 이번 공연 규모는

회당 3천석(소속사 발표). 이틀 공연 티켓 총 6천장이 완판돼 처음과 비교하면 무려 200배 성장이다.

 

침체한 밴드 시장에선 놀라운 흥행으로, 지난 5월 건반 유영현의 탈퇴 등 고비를 딛고 다시 상승

궤도에 안착한 모습이었다.

 

"많이 컸어요. 저희도 이렇게 되길 바랐지만 이렇게 될지 몰랐습니다. 올림픽공원 입성은

바라는 일이었지만 현실이 되니 즐겁습니다."(보컬 최정훈)

 

시종일관 유쾌하던 최정훈은 끝내 대표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부를 때 눈물을 보였다.

멋쩍은 듯 다른 핑계를 댔지만, 휴대전화 불빛으로 넘실대는 꽉 찬 객석에 가슴이 벅차오른 듯했다.

 

공연 타이틀은 팬들이 역대급 무대라 여기는 2017년 홍대 상상마당 공연 '판타스틱 올드패션드'에서 따왔다.

 

복고 감성을 동경하는 이들 음악처럼 무대는 옛 유랑 서커스단 천막처럼 꾸며졌다.

 

동화적인 색감의 소품, 가슴에 노란 별이 박힌 멤버들의 레트로풍 의상, 컬러와 흑백을

오간 LED 영상 등 정감 어린 조합이었다. 커진 무대만큼 브라스·스트링 연주자들이 가세했고,

어린이 합창단도 깜짝 등장했다.

 

이동식 단상을 타고 서커스 단원처럼 등장한 원숭이띠 멤버들은 수려한 재주로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파격적인 편곡은 이들 공연에 '개근'한 성실파 '덕후'(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허를 찔렀다.

 

드러머 윤결은 '홍콩' 도입부에서 영화 '황비홍' 주제가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强)을 웅장한 드럼

퍼포먼스로 선보여 분위기를 압도했다.

 

기타리스트 김도형은 '전설' 앞부분 묵직한 기타 솔로로 가곡 '그리운 금강산' 선율을 더해 탄성을 자아냈다.

 

주로 기타를 잡는 최정훈은 나무 재질의 빈티지풍 피아노를 연주하며 아날로그 정취로 몇곡을 달렸다.

 

그중 대표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에선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아봤다"며

새로운 소절을 더해 노래했다. '긴긴 여름밤은 가고 추운 겨울이 와도/ 여전히 음악은

우리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요'. 건반의 부재를 채우듯 피아노를 연습한 열의에,

그간의 마음고생을 짚은 듯한 메시지에 팬들은 뭉클해 했다.

 

공연에서 처음 들려준 선곡도 레퍼토리를 통달한 팬들에겐 신나는 자극이었다.

멤버들은 "이날을 위해 아껴뒀다"며 '새 어둠 새눈', '조이풀 조이풀'을 꺼냈다.

 

이에 화답하듯 전주부터 톡톡 터지는 객석 추임새와 떼창은 연출의 중심축이 됐다.

멤버들은 최정훈을 강사로 한 '잔나비 콘서트 대비 떼창 특강'이란 영상을

미리 공개해 팬들의 '열공'을 격려했다.

 

관객들은 '꿈나라 별나라'에선 '헤이~' '빠라밤밤 빠라밤~'이란 추임새를, '알록달록'에선

'마이 걸 마이 걸~'이란 가사를 합창하거나 중간중간 손뼉을 쳤다. 포넌블론즈 대표곡

'왓츠업'(What's Up·1992년) 커버 무대 땐 후렴구에서 일제히 앉았다가 일어나는 율동도

선보였다.

 

객석 전체가 기립해 춤을 추거나, 평화(Peace)를 상징하는 손동작을 하고 높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관객 참여는 "매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만들며 잔나비 효과를 실감 나게 했다. 여성 팬 정모(24) 씨는

"잔나비 공연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느낌이 있다"며 "전곡 내내 정확한 포인트에 맞춰

노래를 따라불러 공연이 끝나면 가수도 아닌데 목이 칼칼하다"고 웃었다.

 

이를 지휘자처럼 리드한 것은 최정훈이었다. 그는 신들린 듯 온갖 표정을 짓고, 잔망스럽게

몸을 흔들며 풍부한 표현력으로 무대를 누볐다.

 

객석으로 파고들고,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꽹과리를 치며 텐션을 올렸다. 질세라 김도형도

기타를 등 뒤로 돌려 연주하거나, 베이시스트 장경준과 등을 맞댄 퍼포먼스로 함성을 끌어냈다.

 

공연에서 빛을 발한 또 다른 포인트는 멤버들의 '케미스트리'였다. 잔나비는 경남 함양 출신

윤결 외에 모두 성남시 분당구, 한동네 친구들. 보통 밴드는 프런트맨인 보컬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들은 내재된 연주 호흡, 친밀한 대화 속 유대감이 돋보이며 무게 중심을 분산시켰다.

 

최근 새 숙소가 생겨 지하실 생활을 청산했다는 최정훈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3~4주 합숙을 했다"고 강조했다.

 

"칼을 갈고" 나온 멤버들은 3시간 동안 약 30곡을 내리뛰었다. 엔딩곡을 마치고는 '로큰롤!'을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여느 때처럼 앙코르곡 중 하나는 '몽키호텔'을 골랐다.

 

'어땠나요 우리는 몽키호텔/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언제라도 우리를 찾아줘요/ 기다릴게요!~'('몽키호텔' 중)

이 공연은 1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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