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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프만 쳤다 하면 '어질어질' 3억원 잃고서야 "당했구나!" - 약물 동원 사기골프 적발 본문

사회

인천 골프만 쳤다 하면 '어질어질' 3억원 잃고서야 "당했구나!" - 약물 동원 사기골프 적발

핫한연예뉴스 2019. 12. 17. 11:07

지난해 10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직3반으로 첩보 한 건이 들어왔다. 내기 골프로 3억원을

넘게 잃었는데 아무래도 ‘꾼’들에게 당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첩보 속 피해자는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40대 사업가 A씨였다. 골프를 즐기는 A씨는

네이버 ‘밴드’에 등록된 한 골프 동호회에 2016년 가입했다고 했다.

 

그가 경찰에 범인으로 지목한 이들은 동호회에서 알게 돼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라운딩을

한 김모(48)씨 일행이었다.

 

A씨가 경찰에 털어놓은 자초지종은 이랬다. 상당한 구력을 자랑하는 그는 필드에서 18홀을

80대 초중반 타수로 끝내는 실력자인데, 김씨 일행만 만났다 하면 90대 타수를 기록했다.

 

한두 번 그랬다면 당일 컨디션 문제나 자신의 운을 탓했겠지만 수십 차례 같은 스코어가 반복됐다.

A씨는 적게는 경기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번번이 김씨 일행에게 내줘야 했다.

 

광역수사대 형사들은 A씨의 이야기에 단순 사기사건이라며 다소 심드렁했다. 하지만 A씨의

이어지는 진술에 형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A씨는 김씨 등과 골프를 치면서 겪은 신체의 이상이 무엇보다 희한한 일이라고 경찰에 털어놨다.

 

전반 몇 개 홀을 돌고 나면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면서 열이 났고 심하면 속이 메스꺼워 구역질이

올라오는 게 매번 똑같았다는 주장이었다.

 

분한 마음에 ‘꼭 이기겠다’는 오기에 불탔던 A씨는 반년 넘게 계속 당하면서도 설마 그게 범죄였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인에게 “사기 당한 거야”라는 말을 듣고 신문 기사를 찾다가 비슷한 범죄 사례를 발견한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 경찰을 찾았다는 게 A씨가 털어놓은 사기 골프의 전모였다.

 

◇필로폰 주사까지 동원…‘사기 골프 주의보’

 

약물을 사용한 사기 골프는 A씨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법원 인터넷 판결문 열람을 통해서

확인되는 3년간 사례가 최소 5건에 이른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내기 골프를 치면서, 여럿이서 한 패를 이뤄 약물을 탄 음료수를 먹여 판돈을 따 가는 수법이 전형적이다.

 

A씨 사건 주범인 김씨처럼 실내골프연습장 운영자가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7년 인천

서구의 한 스크린 골프장 운영자는 신경안정제를 넣은 음료를 건네고 판돈을 따려다 실패,

사기미수 및 도박장소개설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불법적으로 구한 마약류가 사용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4월 부산에서는 필로폰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사들인 뒤 커피에 필로폰을 타 상대에게 먹이고 1타당 최대 10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쳐 550만원을

딴 일당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경찰은 스크린골프 확산으로 골프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내기를 가장한 사기 골프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건은 많지 않다.

 

피해자가 처벌을 두려워해 나서지 않거나, 피해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약물을 이용한 사기 골프는 도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상대방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는 셈이라 신고자가 처벌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김 반장도 “A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내기 골프를 치다가 일시적인 어지러움이 아니라 한두 시간

지속되는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빨리 신고를 하는 게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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